우리 부부는 50대 중반입니다.
아내와 저는 둘 다 여행을 좋아합니다. 특히 해외여행은 무조건 즐기고 보자는 마음입니다.
지금까지의 해외여행은 자유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닌데 첫 해외여행을 일본 도쿄로 다녀왔는데 그 당시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18년 전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때만 해도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했던 때는 아니라 모든 자료를 일본어로 찾게 되고 하나하나 번역해 가면서 여행계획을 세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내와 가끔 이야기 하지만 자유여행이 패키지 여행보다 비용면에서 저렴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자유여행을 하면 여행지에 대한 추억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고 나의 형편에 따라 여행일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으로는 여행중에 발생하는 모든 위험요소를 여행자가 떠 안아야 한다는 점이 있는데 이것도 거꾸로 생각해보면 나중에 여행을 생각할 때 커다란 추억거리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보일수 있습니다.
아내와 둘이서 하는 해외 자유여행이 5번째로 기억됩니다.
첫 부부여행은 중국 베이징이었고 그 뒤를 이어 태국 방콕, 필리핀 마닐라, 그리고 작년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말라카, 페낭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세부 모알보알이 5번째 부부여행입니다.
그럼 50대 중년부부의 좌충우돌 자유여행기 세부편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여행은 갑작스럽게 일정이 잡힌 면이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 부부는 해외여행 계획을 길면 1년 전 또는 적어도 6개월 전에는 세웁니다. 그래야 비행기 가격이 저렴할 때 예매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여행을 갑작스럽게 계획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딸 아이의 취업과 관련이 있습니다. 제 딸은 승무원이 평소 꿈이었고 대학도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1년 동안 외항사 승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말쯤 외항사 C항공사에 합격하고 이제나 저제나 조이닝 날짜를 기다리는 데 이것이 언제 정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며 기다리는 와중에 4월 2일 조이닝 하라는 연락이 온 겁니다. 아내는 딸의 취업을 기뻐하면서도 25년간 곁에 머물던 아이가 갑자기 곁을 떠나는 것에 대해 상심이 컸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딸이 출국하는 날 우리도 출국하자 이런 생각이 들어서 급하게 여행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세부 모알보알은 알다시피 세부의 작은 어촌 마을입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다이빙이나 스킨 스쿠버를 즐기는 곳으로 꽤나 유명하지만 중년 이상의 어른들에게는 생소하기도 하죠. 우리 부부는 평소 수영을 좋아해 주로 동남아 휴양지로 여행을 다닙니다. 모알보알은 바다거북이와 정어리떼를 숙소 앞 바다에서 볼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합니다. 알아보니 비행기 가격도 저렴하고 숙소 비용도 저렴해 평소 가보고 싶었던 세부 모알보알을 여행지로 선택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딸과 같이 출국하려던 계획은 실행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ㅠ
4월 2일로 통보되었던 딸의 출국 날짜가 갑자기 4월 8일로 변경되었다는 연락을 받았고 아내는 멘붕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딸과 같이 출국하려면 비행기 날자를 변경하고 숙소를 취소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여행경비의 1/2이나 되는 겁니다. 아내는 고심끝에 딸과 같이 출국하는 것을 포기하고 원래의 여행 일정대로 우리 부부만 출국하기로 하였습니다. 어째 여행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 여행일정 : 20204. 4. 2 ~ 4.7(날짜는 6일이지만 실상은 4박 6일)
◆ 여행지 : 필리핀 세부 모알보알
◆ 주요활동 : 바다거북이와 정어리떼 직관, 가와산 캐녀닝 체험
◆ 숙소 : 버몬트 호텔(0.5박, 막탄) 트리세이드(3박, 모알보알)
◆ 항공편 : 가는편 티웨이 항공 인천 출발 20:10 세부 도착 23:50
오는편 티웨이 항공 세부 출발 00:50 인천 도착 06:35(익일)
◆ 여행경비 : 항공권 50만원, 숙소 35만원, 경비 40만원 총 125만원(2인)
(1일차 : 티웨이 항공, 세부공항, 버몬트 호텔)
우리가 이용한 비행기는 출발시간이 늦은 오후라 여유가 있었습니다.
회사에는 1시간 휴가를 내고 저는 회사에서 인천공항으로 바로 가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아내는 20인치 캐리어 두개를 모두 다 들고 와야 하는 상황이었죠.
이번 여행은 비용을 좀 절약하기 위해 기내 수화물 무게에 맞춰 짐을 꾸리기로 하였습니다. 티웨이는 기내 수하물을 1인당 7kg을 허용하였습니다. 간단한 옷과 수영복 등으로 짐을 꾸리고 귀국편에는 선물과 기념품을 일절 사오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여행의 맛이 또 귀국할 때 현지 물건을 사오는 것인데 이번에는 이 기쁨을 과감하게 포기하기로 한것이죠.
아내와 저는 공항에서 6시까지 만나기로 하고 각자 출발하였습니다. 저는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하고 아내는 공항버스를 이용했죠. 아내는 캐리어 2개를 옮기기 어려워 딸이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따라와 주었습니다. 고마운 딸입니다.
공항에서 약속한 시간에 만나 출국 수속을 밟는데 출발 24시간 전에 모바일 체크인을 하고 모바일 티켓을 발급 받으니 카운터에 갈 일도 없고 곧바로 출국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딸이 부탁한 면세품을 찾느라 약간 고생하긴 했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인도장이 최근에 공사를 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면세점별로 인도장을 운영했는데 지금은 인도장을 하나로 모아서 운영합니다.
인천공항 1터미널에는 2곳의 면세품 인도장이 있고 트레인을 타는 게이트와 그렇지 않은 게이트의 인도장으로 나뉩니다. 티웨이 항공은 트레인으로 이동해야 하는 게이트여서 트레인 이동 후 4층 인도장을 찾아 면세품을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출국장 바로 앞에 있는 인도장을 찾아갔더니 이곳이 아니라고 해서 트레인으로 이동하여 수령했습니다.
우리가 출발하는 게이트는 118번 입니다.

티웨이 항공도 국내 항공사라 마음 편하게 이용했습니다. 창가 자리를 위해 통로쪽을 포기하다 보니 자주 자리를 이탈할 수가 없어 가는 내내 계속 앉아 있었습니다. 4시간 30분 동안 한 자리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이 힘들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다운 받은 영화도 보고 졸기도 하면서 세부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출발 전에 필리핀 입국을 위해 e 트래블 등록을 완료하고 큐알 코드를 캡쳐하였으니 마음 편하게 입국 수속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도착 시간이 새벽이기도 하고 마침 입국 인원이 많지를 않아 빠르게 수속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캐리어도 기내 수하물만 있으니 짐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지도 않았죠. 빠른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빠져 나오니 새벽의 열대공기가 훅 느껴졌습니다. 기분좋은 바람이지만 새벽 시간이다 보니 피곤하기도 하고 빨리 호텔로 이동하려는 마음에 조급함이 들었습니다. 공항 건물을 빠져 나오자 호객 행위가 계속 이어졌지만 거절하고 공항 건물 끝에 위치한 화이트 택시 타는 곳으로 옮겼습니다.
마침 화이트 택시 한대가 들어오길래 얼른 올라 탔는데 운전기사분이 미터가 고장 났다는 말을 하면서 1,000페소를 부른 겁니다. 순간 당황했지만 택시는 이미 출발했고 다시 되돌리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가 동남아 여행을 한 두번 한것도 아니고 우리를 호구로 보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낮 시간에 도착해서 가까운 호텔까지는 대략 150페소 정도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아는 상황이라 200페소를 제안 했습니다. 그러자 택시기사분이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로 밤이 늦고 돌아다니는 택시가 없으니 1,000페소를 내야 한다고 하는 겁니다.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 실갱이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택시기사가 나쁜 마음을 먹고 이 새벽 시간에 우리를 엉뚱한 곳에 내려주면 봉변을 당할 수 있겠다'는 걱정이 앞서서 400페소를 제안해서 겨우 협상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비슷한 거리를 미터로 이동해 보니 120페소 정도면 무난한 가격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도착하니 이용할 수 있는 택시가 적어 조금 비싼 가격에 이용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입니다. 그래도 무사히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 수 있었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도착 첫 밤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서 호텔 근처에 있는 7-일레븐 편의점을 방문하여 산미구엘 맥주를 사와 먹기로 했습니다. 몇 번의 해외여행으로 병따개가 필요한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준비를 하지 못해 호텔 로비에서 병따개를 빌려서 겨우 맥주를 시음하고 잘 수 있었습니다. 이 병따개는 여행내내 우리 마음을 속썩이는 애물단지 역할을 하였습니다. 동남아 여행 가시는 잇님들은 병따개 꼭 준비하셔서 원없이 병맥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ㅎㅎ
세부에서의 1일을 이렇게 마무리 합니다. 내일은 이번 여행의 주 목적지인 모알보알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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