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차 : 스노쿨링, 바다거북이, 정어리떼>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면 잠을 푹 자기 쉽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일찍 일어나는 데 여행지에서의 아침은 더 일찍 일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차도 원인이겠지만 잠자리가 바뀐 탓이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하지만, 아내는 어제 피곤했던지 제가 일어났을때 까지도 잠을 자고 있고 저는 먼저 일어나 휴양지에서의 한가로움을 느껴봅니다.
해외 여행을 갈 때는 항상 챙겨가는 것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 한권입니다.
이번에는 공지영 작가의 "너는 다시 외로워 질 것이다"라는 산문집을 챙겨 갔습니다.
공지영님의 너는 다시 외로워질 것이다
언제나 마음은 여행기간 중 가져간 책을 일독 하고자 하지만 결국에는 몇 페이지 읽지 못하고 무거운 짐으로 다시 가져오는 일이 반복됩니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라도 여행지에서 이른 아침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는 기분은 휴양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작은 사치입니다.
외국에 나가보면 서양인들이 항상 수영장 근처 선베드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행객들은 밖으로 관광다니느라 잠깐의 여유도 없는데 서양인들이 만끽하는 여유는 볼때 마다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들이 그런 사치를 부리는 이유는 아마 장기 여행 위주로 다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은 우리부부 이번 여행의 목적인 바다거북이를 보러 가는 날입니다.
어제 저녁 우연히 한국인 여행객이 스노쿨링 장비를 대여하는 것을 보고 옆에서 정보를 좀 얻었습니다.
수경과 호흡기, 그리고 오리발까지 빌리는데 300페소 정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분들은 어제 가와산 캐녀닝도 다녀왔다고 하면서 한번은 갔다 오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시네요.
사실 우리 부부도 작년 세부 방문시 오슬롭 고래상어를 보고 오후에는 가와산 캐녀닝을 하려고 했는데 그 날 날씨가 비가 오고 바람이 심해 캐녀닝 불가라고 해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때 아쉬움으로 이번 모알보알 여행 때 캐녀닝도 고려해 볼 생각이었습니다.
거리도 가깝고 하니 고민 중인데 중년부부 둘이 5~10미터 높이에서 다이빙 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겁도 나고 해서 망설이던 참이었습니다.
그 분들 얘기 들으니 이번에 못가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캐녀닝 이야기는 4일차 이야기에 소개됩니다.
우선 아내가 일어나 둘이서 바닷가에 다시 나갑니다.
빌려운 스노쿨링 장비를 착용하고
아침 바다를 보니 벌써 여러 여행객들이 스노쿨링을 하고 있습니다.
단체 관광객도 있고 개별적으로 스노쿨링을 하지만 현지 가이드를 고용해서 즐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모알보알에서 스노쿨링을 즐기는 방법은
1)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로 방문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가격이 좀 비싸겠죠)
2) 스노쿨링 장비를 대여하면서 현지 가이드(1인당 400페소)와 같이 즐기는 방법.
3) 스노쿨링 장비만 대여해서 자유롭게 즐기는 방법(대여 비용은 300페소)
4) 개인장비를 갖고 와서 그냥 즐기는 방법(비용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우리 부부는 바닷가 구경을 마치고 나오면서 첫번째로 눈에 띈 JR Snorkeling station에서 장비를 대여하기로 합니다.
우리 부부가 스토쿨링 장비를 대여한 가게(앉아있는 분이 사장님)
너무 일찍 찾아간 건지 주인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위 사진 속 사장님은 우리 부부가 10분쯤 기다린 후에 나타나셨다)
가게에 있던 가이드들이 주인을 깨우느라 10분 정도 기다린 후에 장비를 빌릴 수 있었습니다.
수경과 호흡기 그리고 오리발과 구명조끼 포함해서 1인당 300페소 지불했으니 크게 비싼 가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스노쿨링 가게에 있던 여러 장비들
주인이 수경 김서림 방지액도 뿌려주고 엄청 꼼꼼하게 챙겨서 빌려줍니다.
대여 시간은 7시간이니 참고하십시요. 시간이 크게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두번 정도 사용하면 만족할 수 있을 겁니다.
스노쿨링 첫날 우리 부부는 장비를 먼저 빌린 뒤에 숙소에 와서 다시 옷을 갈아 입고 바닷가로 나갔습니다. 숙소까지의 거리가 15분 정도 걸리다 보니 이것도 힘들더라구요. 다음 번 스노쿨링 때는 숙소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스노쿨링을 먼저 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chilly Bar 근처가 핫 스팟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윗쪽으로 포인트가 옮겨 온 듯 합니다.
장비를 갖추고 바닷가에 나가보니 이른 아침부터 관광객이 많습니다.
우리도 빌려온 장비를 장착하고 물에 들어가기 바쁜 마음입니다.
바다물에 몸을 담그고
여행 오기 전부터 수중 촬영을 위해 전에 준비해 두었던 방수팩을 가져왔습니다.
아내 폰이 최신상이라 위험부담이 있다고 제 오래된 폰으로 우선 실험을 하자고 합니다.
ㅎㅎ 마님 말씀은 잘 따라야죠. 장비를 준비하고 바닷가에서 한 컷 찍습니다.
어색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느껴 지시나요?
장비를 착용하고 어색하게 ㅎ
드뎌 바닷물에 몸을 맡깁니다.
바닷물에 들어가며
해변가에서 10~15미터 까지는 발이 땅에 닿기때문에 크게 겁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장비를 착용했다면 몇 걸음 걸어들어가서 앉은 자세로 낮은 수심이더라도 그냥 헤엄을 치면 몸이 물에 뜨면서 수경을 통해 바닷속을 볼 수 있습니다.
아침 시간이라 물이 맑고 햇살이 따가워 물 속은 육안으로도 잘 보이는 정도입니다.
바닷속으로 출바알~~~
천천히 수영을 해 가면 처음에는 물고기도 보이지 않고 실망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10미터 정도 수영을 해 가자 갑자기 바닷속 땅이 깊은 곳이 나타납니다.
그곳이 정어리떼가 헤엄쳐 다니는 곳 입니다. 보기에는 무척 깊어 보이지만 실상은 4~5미터 깊이 인데 스노쿨링 장비로는 깊이 들어갈 수 없으니 물 위에 떠서 바닷속을 구경하는 기쁨만 느낍니다.
산소통을 짊어진 스쿠버 다이버들은 깊은 물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바로 앞에서 정어리 떼를 볼 수 있습니다.
수영을 잘 하시는 분들은 잠시 숨을 멈추고 바닷속으로 잠수하여 정어리 떼 사이를 헤엄치는 모습이 한 마리 인어 같습니다.
저는 수영에 자신이 없고 겁이 나기도 해서 깊어지는 협곡 가장자리만 뱅글뱅글 돌면서 정어리 떼를 감상합니다.
ㅎㅎ 그래도 물속 세계가 신비하고 햇살에 비치는 정어리 떼 헤엄치는 모습은 장관이죠.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바다 거북이 입니다.
지난 여행에서 오슬롭에서의 고래상어는 사람도 많고 그때 파도도 좀 심하게 출렁거리다 보니 제대로 고래상어를 살필 수 없었지만 이 곳은 아침이라 물결도 잔잔하고 관광객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니어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 우리 부부가 깊은 바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우물쭈물 하니 한국인 관광객 분이 좀 더 깊은 곳으로 가야 바다거북이를 볼 수 있다고 알려주십니다. 마음은 당장 깊이 들어가고 싶은데 겁이 나서 망설입니다.
하지만 언제 다시 기회가 올 지 몰라 용기 내서 좀 더 깊은 곳으로 헤엄쳐 다가갑니다.
두둥 드디어 여러 관광객들 사이로 바다거북이 모습이 보입니다.
드디어 모습을 보여준 바다거북
방수팩에 담긴 핸드폰 카메라로 바다거북이 모습을 담아 봅니다.
바닷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바다거북이 모습이 신기합니다.
내 눈 앞에서 직접 헤엄치는 거북이를 보다니 믿어지지 않네요.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바다거북
열심히 쫒아 다니지만 가이드들이 자신의 손님들에게 촬영 기회를 주기 위해 일반 관광객의 접근을 심하게 방해 합니다. 그들에게는 우리가 방해꾼이겠지만 말이죠,
밀리고 밀쳐 가면서 짧은 영상이지만 바다거북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신기한 체험을 하면서 2시간 정도 스노쿨링을 했습니다. 체력도 그렇고 오랜 시간 물 속에서 보내는 것이 쉽지는 않더군요.
오전 시간 스노쿨링을 마치고 숙소에 복귀해 좀 쉬면서 점심은 숙소 식당에서 해결했습니다.
메뉴는 신라면과 망고샌드위치 였는데 의외로 망고 샌드위치가 맛있습니다.
달콤한 망고 맛에 샌드위치의 풍미를 더해 주더라구요.
2시까지 장비를 반납해야 하니 점심을 빠르게 해결하고 다시 바닷가로 나가서 스노쿨링을 다시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의 바닷가는 아침보다 파도도 높고 사람들도 많다 보니 물이 맑지 않아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좀 더 자유롭고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을 보시려면 오전에 스노쿨링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장비를 반납하고 숙소에 복귀해서 잠깐 휴식을 취합니다.
4월 초의 모알보알 기온은 한낮에 32~34도 정도 되는데 낮에 돌아다니기에는 너무 무덥고 쉽게 지치게 되어 숙소 에어컨 바람이 간절했습니다.
모알보알에서의 석양을 느끼기 위해 바닷가로 나가 봅니다.
석양을 기다리며 바닷가에 앉아
모알보알 석양을 배경으로 한컷
모알보알 석양과 아내 그리고 무심한 배
저녁 식사는 모알보알에서 유명한 칠리 바에 가기로 했습니다.
구글 맵을 검색해서 찾아가 보니 저녁 조명에 화려한 식당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녁 시간 칠리 바
저녁 7시쯤 방문했는데 서양 젊은이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시끄러운 음악과 어두운 조명으로 분위기는 괜찮은데 마침 바닷가쪽에 있는 자리가 비어서 운 좋게 전망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은 1팀 정도 보였는데 대부분 서양 젊은이들이 간단히 맥주를 마시면서 흡연을 하고 있어서 담배연기가 좀 방해가 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어두운 바닷가를 바라보면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은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칠리 바에서 저녁 바닷가를 배경으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아내와 내일 가와산 캐녀닝을 어찌할지 고민했습니다.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는데 막상 여기까지 와서 그냥 지나치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지금이 제일 젊을 때인데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기회가 없을 것 이라는 생각에 내일 실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아내가 블로그 검색으로 알아본 바로는 저렴한 현지 업체가 있다고 해서 그곳에서 예약하기로 했습니다.
숙소 픽업부터 캐녀닝 투어비용(가이드+점심식사+장비(헬멧, 구명조끼, 신발))이 1인당 1900페소라고 합니다.
현지 업체가 아닌 여행사를 통한 비용은 1인당 2400페소 정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행사를 통하면 업체 직원이 데리고 다니면서 안내를 하니 편리하긴 합니다.
우리 부부는 현지 업체를 이용했더니 밴 한대에 여러 팀을 실어서 캐녀닝 업체에 내려 준 후에는 아무도 우리 부부를 보살펴 주지 않아서 자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아내 발에 맞는 신발을 찾아 달라거나 물품을 보관하는 방법 등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습니다. ㅎ)
어쨌든 칠리 바 근처에 있는 FLOI DIVING CENTER에서 예약했습니다.
칠리바 근처에 있는 캐녀닝 예약 업체(현지 투어도 영업하는 듯 합니다)
내일 캐녀닝이 기대되면서도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