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재테크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무라카미 하루키)50대 은퇴자의 경제적 자유

따봉감자 2024. 5. 26. 16:42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재테크 관련 책을 쭉 읽어가는 사이에 너무 무거운 주제에만 매달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좀 더 가벼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 회사 도서관에서 하루키의 신작 소설을 대출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소설을 몇 권 읽고 작가 자신이 밝혔듯이 생활형 작가로써 문학을 대하는 태도가 마음에 든 작가입니다. 자신의 소설이 거창하게 어떤 대의를 위해 쓰여졌다거나 큰 의미를 품고 있다고 얘기하지 않고 자신의 새이활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밝히는 것이 저에게는 신선해 보였습니다.
몇 권의 책을 읽었지만 지금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은 없네요.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 언제나 지니뮤직의 플레이 리스트에 재즈음악 목록이 추가됩니다. 작가의 작품 대부분에서 주인공이 재즈음악 애호가 이거나 재즈음악을 즐겨 듣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아마 작가가 전업 작가가 되기 이전에 재즈바를 운영했던 경험이 녹아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 덕에 저도 재즈 음악을 듣다보면 참 부드러운 선율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이 책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책 두께에 비해서 내용이 크게 감동적이거나 사건이 변화무쌍하거나 그렇지 않습니다. 읽어가면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하고 이 글이 어디로 이어질지 다음 장면에서는 어떤 내용이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면이 큽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1981년에 문예지에 중편정도의 분량으로 발표한 바 있다고 합니다. 그 후 마음속에는 이 소설을 다시 한 번 고쳐 쓰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하네요. 소설에서는 흔치 않은 작가 후기에 그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작가 후기를 읽으면서도 이 소설이 뜻하는 바를 작가가 밝히는 게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작가의 의도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처음 소설이 완성되고 40년이 흐른 뒤 2021년에 자신이 쓴 소설을 다시 들여다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아 내가 이때 이런것 까지 생각하고 소설을 썼구나 하고 감탄하는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세월이 흐름에 따라 과거의 글이 부족해 보이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작가의 의도가 중요하진 않으니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며 제목이 너무 외워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도시와는 알겠는데 그 다음 문장이 불확실한 인지 불안정한 인지 그것도 아니면 불완전한 것인지 자꾸 헷갈리더군요. 소설을 읽다보면 불완전한 벽이 책 내용과 더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불확실하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쓰여졌을까를 고민합니다.

주인공은 두 세계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현실세계라고 부르는 곳에서의 삶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도시라고 부르는 곳에서의 삶이 있죠.
현실의 세계는 우리가 이해하는 이 곳의 삶인데 40대 중반의 독신남으로 책 유통회사에서 근무하는 중년 남성입니다. 이쪽 세계에서 살아가면서도 주인공은 평범하지만 그렇게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죠. 죽은 사람의 영혼과 교류하는 장면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평범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되겠죠.
그리고 저쪽 세계는 주인공이 17살일때 어느 이름모를 소녀와 공유하면서 만들어가는 가상의 세계입니다. 그 도시는 거대한 벽으로 둘러쌓여 있으며 그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떼어 놓아야 합니다. 그 도시에는 시계바늘이 없는 거대한 시계탑이 있고 주인공은 그 도시의 도서관에서 사람들의 꿈을 읽는 일을 합니다. 수도원의 삶처럼 단순하고 이쪽 세상의 고민같은 것은 없는 곳이죠. 주인공은 그 도시에서 17살 때 만났던 소녀를 다시 만나면서 그 도시에 정착합니다.

상상속의 도시이지만 그 도시를 동경하는 또 다른 소년이 등장하고 그 소년은 주인공을 대신하여 그 도시의 도서관에서 사람들의 꿈을 읽는 일을 합니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현실 세계인 이쪽 세상으로 건너오게 되죠.

이쪽과 저쪽 두 세계가 공존한다면 나는 어느 쪽을 선택하게 될까요? 아니면 여러분은 어느 쪽 세계를 선택하시겠습니까?
여러가지 조건이 붙겠지만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겁니다. 내가 사는 지금의 삶과 다른 삶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