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에 읽은 "인생수업"의 번역가 류시화의 산문집입니다.
총 52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소재를 발굴하여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이야기로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그게 작가의 힘이자 의무이겠지요.
마음이 만드는 이야기라는 주제는 소제목으로 마음챙김을 이야기 합니다.
저자가 인도 여행 때 천연두가 걸린 아이가 있는 지인의 집을 방문하고 겪은 일화입니다. 병문안을 다녀온 후 천연두에 감염되었다고 걱정하는 마음이 지어낸 여러가지 증상을 겪으며 상상으로는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온 경험담입니다. 나중에 확인한 사실은 천연두 증상이 아닌 단순한 수두 증상이었는데 걱정하는 마음이 자기 마음대로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하여 끝없는 자신만의 이야기 속으로 자신을 끌고 들어간 것입니다.
우리도 종종 자신만의 마음이 지어낸 이야기에 사로잡혀 객관적인 사실을 보지 못하고 그 이야기에 몰두하다가 자신을 괴롭히고 원망하고 결국에는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인으로서 아침 출근길에 우연히 마주친 상사의 얼굴빛이 어두운 것을 보고 지레짐작으로 나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것은 아닐까? 어제 내가 한 언행이 실수로 이어져서 상사에게 잘못 보인것은 아닌가하여 하루종일 신경 쓰던 일도 있었고 일상생활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는 상대방에게는 나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는 거라는 이야기를 덧씌우기도 합니다. 마음이 지어낸 이야기는 어느새 사실과 상관없이 하나의 진실로 받아들여지고 거기에 맞춰 나의 마음은 우왕좌왕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지레짐작해서 나 혼자만의 상상력을 덧씌우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마음이 지어낸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상상력이 마음대로 이야기를 지어낼 때 알아차리고 더 이상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멈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알아차림이 쉬운게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깨어있는 마음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나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계속 살펴야 합니다.
잘못 베낀 삶이라는 주제도 있습니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많이 배웁니다. 책에서 배우든 대중매체를 통해서 배우든 아니면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배우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 행동의 기준은 배움의 결과물입니다. 그런 배움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나름의 기준과 원칙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가깝게 접하는 성경의 십계명 부터 유교사상의 삼강오륜, 불교 경전의 각종 법전과 종교의 가르침들, 학교에서 배우는 예의범절, 집안에서의 교육, 사회에서의 법과 규범, 생각해보면 셀 수없이 수 많은 기준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중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인생관에 부합하는 것들을 내면화 하면서 자기것처럼 생각하며 세상을 살아갑니다. 공중도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길가다 침을 뱉는 사람을 보면 눈살을 찌뿌리게 되고 알지도 못하는 그 사람을 비난하죠.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으로 판단하고 호불호를 정합니다. 하지만 단 한번도 자신이 믿는 기준과 원칙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가지 우화를 소개합니다.
중세시대 한 수도원에서는 수도사들이 필사하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새로 수도원에 들어오는 신입 수도사들에게도 복음서를 필사하도록 교육을 시켰죠. 한 신입 수도사가 필사를 가르치는 선배 수도사에게서 "필사를 하면서 한 글자라도 다르게 적으면 큰일이 납니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러자 그 신입 수도사는 자신이 필사를 시작하기 전에 필사본이 원본과 동일한지를 먼저 확인해 보고 싶다고 합니다. 만일 잘못된 필사본으로 필사를 계속한다면 자신의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되기 때문이죠. 그러자 수도원 원장은 마땅치 않은 마음을 갖고 원본이 보관되어 있는 금고로 향합니다. 필사본과 원본의 대조는 하루이틀에 끝나는 게 아닙니다. 몇날 며칠이 지나도록 원장은 금고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을 이상하게 여긴 수도사들이 며칠이 지난 후에 금고에 들어가 보기로 합니다.
금고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원장이 멍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게 아닌가요. 다급하게 무슨일인지 물어보는 수도사들에게 원장이 이렇게 말합니다. "원본에는 즐겁게 살라(Celebrate)로 되어 있는 것이 필사본에는 독신생활을 하라(Celibate)로 되어 있다"라고 말이죠. 그동안 원본 복음서에 따라 즐겁게 살아야 했던 인생을 잘못된 필사본으로 인해 독신생활을 해 왔던 것이죠.
요즘 말로 웃픈 현실입니다. 절대적으로 지켜야 했던 계율이 잘못된 것이라면 우리는 어떤 마음일까요?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이 과연 우리가 믿는 것을 의미하는지 되새겨 봐야 합니다. 이 생각이 맞는가?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만이 변함없는 진실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변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수용할 때 우리는 좀 더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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